우리는 참 바쁘게 살아갑니다.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고,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누군가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한 경쟁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문득, 우리가 그토록 서두르며 달려온 길 끝에서 무엇을 만나고자 했는지 잊은 채, 목적지 없는 속도만 남겨진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삶은 반드시 빠르게 가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끔은 느린 길을 걸을 때에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릴 적 골목길을 떠올려 봅니다. 비 오는 날, 빗물 고인 웅덩이를 피해 걷다가 우산을 나눠쓰며 깔깔거리던 친구의 얼굴,
발밑에 조용히 피어 있던 이름 모를 들꽃, 그 모든 순간이 지금 생각해보면 삶의 본질을 가르쳐주던 속도의 멈춤이었습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도의 응답이 더디다고 느낄 때, 삶의 고난이 길게만 느껴질 때, 우리는 조급함에 하나님이 침묵하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느린 속도 속에서 일하시는 분입니다. 모세를 40년 동안 광야에서 기다리셨고, 다윗이 왕이 되기까지 수많은 시간 동안 마음을 다듬으셨으며, 예수님조차 30년의 기다림을 지나 사역을 시작하셨습니다.
느린 시간은 하나님의 사랑이 스며드는 시간입니다. 그분은 결과보다 과정을, 속도보다 깊이를 보십니다.
혹시 지금 삶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시나요? 사방이 막힌 듯 답답하고, 기도의 응답은 아직 오지 않고, 내 인생은 제자리걸음 같을 때가 있으신가요?
그럴 땐 조용히 눈을 감고 이렇게 말해보세요.
“지금 이 느림 속에도 하나님은 일하고 계십니다.
나는 기다림 속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숨을 들이쉬듯, 오늘 하루를 시작해 보세요.
세상의 속도에서 벗어난 이 아침, 하나님은 당신과 함께 걷고 계십니다. 한 걸음씩, 아주 천천히, 그러나 결코 멈추지 않고.
당신의 하루가 조용한 은혜로 가득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