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중입니다

📅 2025년 12월 10일 07시 01분 발행

골목 끝 작은 사진관 문을 열었을 때, 유리 진열장 너머로 ‘오래된 사진 복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릴 적 앨범에서 꺼내온 한 장의 사진을 봉투에 넣어 들고 갔습니다. 모서리는 닳아 하얗게 일어나 있었고, 한쪽에는 커피가 번진 듯한 얼룩이 고요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늘 바라보던 얼굴인데, 색이 바래니 표정이 멀어져 보였습니다. 저는 조심스레 봉투를 건넸고, 주인장은 작은 붓으로 먼지를 털었습니다. 스캐너가 낮은 숨을 쉬는 동안, 점처럼 박힌 흠집들이 화면 위로 또렷해졌습니다.

사진관에는 잔잔한 기계음과 종이 냄새, 구석에서 끓고 있는 보리차의 고소한 향이 있었습니다. 주인장은 확대경을 눈에 대고 픽셀을 한 점씩 다루었습니다. “지우는 게 아니고 살려내는 거예요.” 그가 낮게 덧붙였습니다. 사라진 부분을 새로 그리는 일보다, 흐릿한 본래의 빛을 다시 보이게 하는 일이 먼저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내려앉았습니다. 우리 삶도 그렇지요. 지우고 싶은 장면이 있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얼룩이 있습니다. 그러나 얼룩이 있다고 해서 전부가 얼룩은 아니었습니다. 그 아래 웃고 있던 얼굴이 있었고, 입술 주변의 작은 주름이, 뺨에 눌린 머리칼 하나가, 그때의 공기와 온도를 거짓 없이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이사야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신다고 말합니다(이사야 42:3). 사진관의 손길도 그런 마음을 닮은 듯했습니다. 흠을 지워서 완벽해 보이게 만드는 대신, 원래의 표정을 더 알아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저는 그 화면을 보다가, 관계의 한 귀퉁이마다 남아 있는 얼룩을 떠올렸습니다. 무심코 던진 말, 미처 묻지 못한 사정, 너무 일찍 내린 판단. 복원은 색을 덧칠하는 일이 아니라, 급히 덮어 둔 먼지를 가만히 털어주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그럴 때 사과 한마디가 스캐너의 첫 빛처럼, 묻혀 있던 윤곽을 다시 떠올리게 하곤 합니다.

프린터 속에서 새 종이가 천천히 미끄러져 나올 때, 저는 종이의 미지근한 온기가 좋았습니다. 막 건져 올린 기억이 손바닥에 얹히는 느낌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복원된 사진에는 여전히 흐릿한 부분이 남아 있었습니다. 주인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이 사진이 가장 아름다운 자리입니다.” 완벽을 꿈꿀 때, 진실이 가끔 숨습니다. 다 드러내지 못한 여백이 있어서, 우리는 그때의 숨결을 상상하게 됩니다. 믿음도 그런 자리를 좋아하는 듯합니다. 말이 앞서지 않고, 설명이 모든 것을 덮지 않는 시간. 버려야 할 것을 버리고도 남는 그 조용한 면.

사진을 봉투에 넣으며 저는 한 가지 소망을 떠올렸습니다. 오늘 누군가의 낡아 보이는 표정에서 본래의 빛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서둘러 색을 입히기보다, 그 사람을 둘러싼 시간의 사정을 생각해 보는 마음. 저 자신에게도 같은 시선을 빌려 볼 수 있다면, 멈춘 곳이 길이 되겠지요. 마음의 서랍을 천천히 열고, 구겨진 종이를 매만지듯 하루를 정리해 봅니다. 완벽하게 펴지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아직 따뜻한 종이에서 풍기는 잉크 냄새처럼, 어제와 오늘 사이에도 언뜻 살아나는 빛이 있었습니다. 그 빛이 우리가 걸어갈 다음 장면을 조용히 밝혀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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