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어 오르는 사이

📅 2026년 10월 18일 07시 01분 발행

아침 이른 시간, 부엌 한쪽에 큰 볼을 놓고 밀가루와 물, 소금 한 꼬집, 누룩을 섞어 젖은 천으로 덮었습니다. 방안은 고요했고, 벽시계 초침이 또박또박 시간을 새기고 있었습니다. 대단한 일은 없는데, 그릇 안에서는 분명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반죽을 치대던 손바닥의 감각이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눌렀다가 놓으면 천천히 되돌아오던 탄력, 그 작은 숨결이 기억 속에서 다시 움직였습니다. 눈앞의 변화는 없지만, 천 아래는 바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살다 보면 이런 시간이 자주 찾아옵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심정이 마음 밑바닥에서 퍼져 나가고, 누군가를 향한 서운함이 모서리를 잃어가고, 감사가 이유를 먼저 세우지 않고 올라오는 때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고요한데, 안쪽에서는 조용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더군요.

주님께서 한 번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천국은 마치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넣어 온통 부풀게 한 누룩과 같으니라”(마태복음 13:33). 크고 요란한 장면보다, 작고 성실한 변화에 하늘의 비밀이 깃든다는 고백처럼 들립니다.

우리의 하루도 그와 닮아 보였습니다. 식탁 위에 적힌 짧은 메모 한 장이 마음을 가볍게 하고, 현관 안쪽에 가지런히 놓인 슬리퍼의 방향이 서로를 향한 배려를 말해 줍니다. 세탁기 문을 열었을 때 남아 있는 온기, 늦은 저녁 도착한 짧은 안부 메시지가 마음의 결을 다르게 해 줍니다.

그런 사소함들이 삶의 반죽 속으로 스며들어 전체를 바꾸어 줍니다. 어제의 버거움이 오늘의 전부가 아니게 되고, 어렵던 이름을 다시 부를 용기가 생깁니다. 누구의 공로를 따지기보다, 보이지 않는 온기가 함께 머물렀다는 사실이 먼저 떠오릅니다.

믿음도 그러했습니다. 큰 결심이 아니라, 작은 진실들이 모여 길을 만들었습니다. 한 구절의 말씀, 한 번의 침묵, 눈을 마주치며 건넨 미소 같은 것들이 오래 걸려 마음을 부풀게 했습니다.

잠시 뒤, 젖은 천을 살짝 들어 올려 보았습니다. 반죽 표면에 맺힌 잔기포들 사이로 빛이 조용히 번졌고, 처음보다 한층 높아진 둔덕이 그릇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밀고 있었습니다.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하나님은 종종 이런 방식으로 일하셨습니다. 소리 높이지 않으시고, 서두르지 않으시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속을 속으로 채워 주셨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조급함이 제 자리를 잃고, 마음이 천천히 자신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빵이 구워지면 집안 가득 퍼질 그 향을 미리 상상하니, 아직 불을 켜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오늘의 노력과 눈물, 작은 친절과 용서가 어느 순간 하나의 향으로 번져 나가리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눈부신 사건이 없어도, 충분히 선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조용히 자리 잡았습니다.

그릇을 다시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때로 더 많은 재료가 아니라, 이미 주어진 것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만나는 시간일지 모릅니다. 그 시간이 흘러갈 동안, 하늘은 보이지 않는 불빛처럼 곁에 머물러 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천 아래 숨어 일하는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이름 없이 쌓이는 성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익어 가는 신뢰가 우리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 것입니다. 그렇게 부풀어 오르는 사이, 우리는 서로에게 따뜻한 빵 한 조각이 되어 갈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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