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05월 24일 07시 01분 발행
시장 끝 종소리가 한 번 더 울리고, 천막이 천천히 접힙니다. 비닐봉지의 사각거림이 잦아들고, 저울판이 가만히 들어 올려져 끈으로 고정됩니다. 손수레 바퀴에 남은 흙먼지가 거리를 지나며 가늘게 풀리고, 바닥엔 낱개로 흘러나온 콩 몇 알이 구슬처럼 구르다 멈춥니다. 노점마다 호스를 틀어 바닥을 적시면, 낮의 가격표와 흥정의 온기가 물결 속에서 희미해집니다. 그 소리 사이로 장부를 덮는 종이 냄새, 손바닥에 남은 소금기, 오늘 건네진 미소들이 조용히 걸어갑니다.
문 닫는 시간의 시장에는 독특한 평안이 있습니다. 잘 팔린 사람도, 남긴 것이 많은 사람도, 제각각의 안도와 미안함을 조금씩 품은 얼굴로 셔터를 내립니다. 누군가는 “내일은 더 낫겠지” 하고 속으로 말하는 듯하고, 누군가는 “이 정도면 감사하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듯합니다. 숫자로 셈한 하루지만,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온기와 마음의 떨림이 장부의 여백에 오래 남습니다. 조용히 덮인 그 여백이, 이상하게도 사람을 살려 주는 듯합니다.
우리 마음의 장터도 비슷하게 저녁을 맞습니다. 팔지 못한 말들이 남고, 너무 싸게 내준 웃음이 아쉬움이 되어 구석에 서 있습니다. 생각보다 무겁게 받은 눈빛이 천으로 덮인 상자처럼 한켠에 놓여 있고, 급히 건넨 말 한 줄기가 거스름돈처럼 맞지 않아 호주머니 속에서 달그락거립니다. 집으로 돌아와 신발을 벗는 사이, 하루의 잔상이 슬며시 따라 들어옵니다. 어느 것은 굳이 해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고, 어느 것은 빚처럼 조용히 마음을 두드립니다. 물 한 컵 마시며 창가에 기대면, 마음의 바닥도 호스로 한 번 적시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물을 대면 먼지가 떠오르고, 떠오른 먼지를 다시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남은 조각을 거두고” 하시던 말씀이 문득 생각납니다. 버려질 뻔한 빵 조각들이 내일의 힘이 되듯, 오늘 흘린 말의 낱알과 미완의 마음도 이 밤에 조용히 주워 담길 수 있겠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 한 조각, ‘고맙습니다’라는 빛 한 조각, ‘조금 더 기다려 볼게요’라는 숨 한 조각이 손바닥을 건너 주머니 안으로 들어옵니다. 이상하게도, 모으는 일보다 버리는 일이 가벼울 때가 많은데, 오늘은 반대로 느껴집니다. 모으는 만큼 가벼워지고, 챙기는 만큼 안심이 자라납니다. 어쩌면 은혜가 그렇게 흐르는 것이겠지요. 우리가 수도꼭지를 틀었을 뿐인데, 물은 오래전 바다에서 증발하고 구름을 건너와 이 밤의 바닥을 닦아 줍니다.
저울은 언제나 완벽히 맞지 않습니다. 텅 빈 쪽이 있으면 반대편이 조금 더 내려가듯, 우리의 하루에도 작게 기운 장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사람들이 내일 다시 저울을 펴듯, 마음의 균형도 내일의 친절로 서서히 맞춰질 것입니다. 장부의 마지막 줄을 긋는 손끝에 미세한 떨림이 있듯, 우리도 각자의 페이지 아래쪽에 오늘의 한숨과 미소를 나란히 그을 수 있겠습니다. 전등이 하나둘 꺼지고, 셔터 틈으로 골목 가로등이 가늘게 스며듭니다. 그 빛이 바닥의 물기를 마지막으로 훑고 지나갈 때, 누군가 조용히 “수고 많았다” 말하는 듯합니다. 마음이 그 소리를 알아듣는 밤, 닫힌 문 안에서 내일의 문이 미리 반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