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침이 돌아온 저녁

📅 2026년 01월 30일 07시 01분 발행

오늘 저녁, 수선집에서 고쳐 온 벽시계를 다시 걸었습니다. 못자리를 맞추기 위해 의자 위에 올라선 채 벽지를 손끝으로 더듬었더니, 시계가 오래 머물렀던 자리의 둥근 그림자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먼지를 살짝 훔치고 나사를 조심스레 돌렸습니다. 작은 금속과 기름의 냄새가 손끝에 옮았습니다.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높이와 수평을 맞추고 나서도 방 안은 조용했습니다. 태엽을 감아도, 건전지를 새로 넣어도 곧장 움직이지 않던 그 시계가, 오늘은 수선된 몸으로 제 자리로 돌아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는 듯했습니다.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동안, 집 안의 소리가 하나둘 들려왔습니다. 냄비에서 물 끓는 미세한 침묵, 복도 끝에서 돌아오는 엘리베이터의 둔탁한 숨, 창문을 스치는 누군가의 발자국처럼 얇은 바람. 그 사이를 가르고 아주 작은 소리가 처음 들렸습니다. 딱. 초침 하나가 나아가는 소리였습니다. 그 한 번의 딱 뒤에 또 하나가 이어지고, 이내 거실의 공기가 초 단위로 나뉘어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비로소, 멈춰 있던 것은 시계뿐이었고, 시간은 사실 멈춘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우리 눈금이 고장 나 있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조용히 올라왔습니다.

시계가 멈춰 있었던 몇 달 동안, 벽은 그 빈자리의 그림자를 품고 있었고, 저의 하루도 제각각의 박자로 흘렀습니다. 예정된 전화가 늦어졌고, 밥물이 조금 더 끓어 넘쳤고, 약속은 늘 조금 서둘러야 했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들 속에서 누군가의 안부가 더 길어졌고, 길어진 기다림만큼 마음이 느긋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멈춤이 늘 나쁠 수만은 없다는 것을, 멈춤은 종종 방향을 보여 준다는 것을, 멈춰 있어야 들리는 소리들이 있다는 것을 그때 천천히 배웠습니다.

수선집 주인은 뒷판에 연필로 작은 날짜를 남겨 놓았습니다. 다시 시작된 날. 그 글씨를 보고 있으니, 우리의 하루에도 이런 손글씨 같은 표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팠다가 나아지던 날, 말을 아껴서 사랑이 깊어지던 날, 도착을 포기하고 돌아서 오히려 마음이 숨 쉬던 날. 달력에는 적지 못한, 그러나 내 안에 분명히 찍혀 있는 작은 표식들. 전도서의 말처럼, 모든 일에는 그때가 있다는 한 문장이 귓가에 스며드는 밤이었습니다.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전도서 3:1).

시곗바늘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니, 집이 고요 속에서 리듬을 되찾았습니다. 부엌의 작은 전등은 여전히 노랗고, 식탁 위의 찻잔에는 미지근한 빛이 고여 있습니다. 낡은 벽지는 새 시곗살에 가려져 새로워졌고, 벽 아래 어둡게 눌린 그림자마저 한 토막의 시간을 품은 듯 보입니다. 멈춤과 움직임이 서로 다른 얼굴의 한 가족처럼 여기 머뭅니다.

시계를 바라보며 마음 한켠이 다짐처럼 단단해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빨라지거나 늦어지더라도,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선물이라는 사실입니다. 선물은 쥐어짜서 얻는 것이 아니라, 건네받은 모양 그대로 조심히 열어 보는 과정 속에서 드러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열어봄은 종종 작은 소리로 시작된다는 것을, 초침 하나가 내는 딱 소리만큼 작고 분명한 신호로 흘러온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오늘 벽시계는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앞에서 손끝의 기름 냄새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잠시 서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오래 미뤄 둔 마음의 시계도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하기 어려운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 예감의 온기가 방 안에 번지는 동안, 저녁은 조금 더 깊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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