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침 사이의 여백

📅 2026년 05월 04일 07시 00분 발행

시장 건물 이층, 오래된 간판 하나가 낮은 조명 아래에서 빛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문을 밀자 은은한 기름 냄새와 함께 자잘한 금속 소리가 반겨 주었습니다. 작은 의자에 앉은 노시계공은 한쪽 눈에 루페를 끼우고, 손끝으로 초미세 드라이버를 굴리며 시계 속 호흡을 듣고 있었습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시계들은 제각각의 박자로 움직였지만, 그 어긋남은 이상하게도 하나의 너른 강처럼 이어졌습니다. 딸각, 딸각, 아주 조금씩 다르게, 그러나 모두가 시간을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어르신은 말하길, 시계의 문제는 대개 큰 고장이 아니라 미세한 편차라고 했습니다. 잠시 빠르게 뛰었다가, 어느 지점에서 주저앉듯 느려지는 리듬. 그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듣는 것이라 했습니다. 바늘을 억지로 돌리기보다, 지금 이 시계가 어느 지점에서 숨을 짧게 쉬는지, 어디서 오래 머무는지 귀를 대고 확인하는 일. 그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작은 나사를 반 바퀴, 혹은 아주 가볍게 기름을 묻히는 손길이 따라간다고요. 듣는 시간이 길수록 손은 더 단정해진다며, 그가 조용히 웃었습니다.

우리의 하루도 그와 닮아 있는 듯합니다. 약속과 일과를 따라 움직이지만, 마음의 분침은 가끔 앞서 달리고, 초침은 어떤 순간에 망설입니다. 누군가의 보폭에 맞추지 못해 미안함이 쌓이기도 하고, 나만 뒤처진 듯한 초조가 가슴을 두드립니다. 그럴 때면 시계방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누군가를 고치려 들기 전에 먼저 듣던 그 귀,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다가가는 모습 말입니다. 무엇이 서두르고, 무엇이 쉬고 싶어 하는지, 오늘의 리듬이 어디에서 미세하게 틀어지는지 살며시 알아차리는 일. 이상하게도 그 알아차림이 시작되면, 시간은 우리를 덜 다그칩니다.

성경은 모든 것을 때에 아름답게 하셨다고 말합니다. 전도서의 한 구절이 오래된 초침 위로 조용히 내려앉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움이 빠름이나 완벽함만은 아니라면, 그 사이를 오가는 우리 각자의 박자에도 자리를 내어줄 수 있겠지요. 시계공의 손길처럼 서두르지 않고, 성급히 판단하지 않고, 멈춘 분침 옆에 한동안 서 있는 마음. 그 기다림 속에서 비로소 필요한 조정이 어디인지 보이는 때가 옵니다.

오늘이라는 날에는 여러 번의 작은 틈이 숨어 있습니다. 잔이 미지근해지기 전의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전의 숨멎음, 현관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는 짧은 고개 숙임. 그 틈마다 우리 안의 시계가 자기 박자를 되찾는 듯합니다. 남의 시계와 내 시계가 같을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서로의 시간을 헤아리려는 마음, 조금 느려져 주거나 한 걸음 빨리 다가서는 그 조용한 배려가 오늘을 단정하게 메워 줍니다.

시계방을 나서며 등 뒤로 들리던 수많은 딸각 소리가 아직 귓가에 남아 있습니다. 초침이 한 칸을 넘기기 전, 그 미세한 멈춤의 여백에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 있는 듯했습니다. 우리도 그 여백을 지나갑니다. 그 사이에 마음이 다시 맞춰지고, 시간이 우리에게 덜 날카롭게 느껴지는, 그런 낮이 조용히 펼쳐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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