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의 시간

📅 2026년 07월 17일 07시 00분 발행

시장 끝자락, 간판의 금빛 글자가 반쯤 벗겨진 작은 시계방을 찾았습니다. 유리 진열장 너머로 시곗바늘들이 서로 다른 박자를 내며 쉬지 않고 걸어가고 있었고, 오후 햇빛은 문틈으로 들어와 아주 가느다란 먼지의 길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가게 안에는 금속과 오래된 가죽 냄새가 뒤섞여 있었고, 벽에는 멈춘 채로 맡겨진 시계들이 조용히 기대어 있었습니다.

고장 난 손목시계를 내어놓자, 주인은 눈에 작은 루페를 달고 귀를 가까이 가져갔습니다. 그는 급하게 손대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듣고, 가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손길은 소란을 싫어하는 사람의 손길 같았습니다. 그는 작은 드라이버로 나사를 반 바퀴도 채 돌리지 않았고, 머리카락보다 가는 핀을 살짝 건드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끝이 바늘처럼 좁은 오일병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기름 한 방울을 떨궜습니다. 그 순간, 시계 속 어둡던 길이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숨을 멈추고 바라보는데, 금속의 미세한 진동이 되살아나며 ‘틱, 탁’ 소리가 다시 방 안을 채웠습니다.

주인은 뚜껑을 닫으며 웃었습니다. 다 고친 것은 아니라는 듯, 귀를 한 번 더 가까이 하고는 잠시 기다렸습니다. 조급함이 들어설 자리를 기다림이 막고 있었습니다. 그 기다림 덕분에 소리는 조금 더 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시계의 박자는, 마음이 진정되자 제 시간을 되찾는 사람의 호흡과 닮아 있었습니다.

가만히 그 소리를 듣다 보니, 우리의 하루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동안 잘 가던 마음이 어느 순간 이유 없이 굳어지는 때가 있습니다. 말수가 줄고, 기도가 마르는 것 같고, 몸은 움직이는데 영혼은 자꾸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마음속에 쌓인 보풀 같은 근심들이 톱니 사이에 끼어 버린 듯합니다. 크게 갈아엎는다고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안쪽의 작은 나사를 알아보는 눈, 그 나사를 돌릴 수 있는 섬세한 손길이 필요해 보입니다.

시편의 한 구절이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내 때가 주의 손에 있나이다.” 그 한마디가 오늘 시계방의 공기와 닿았습니다. 우리 삶의 속도가 제각각일지라도, 그 시간을 붙들고 조율하시는 손이 있다는 고백은 마음을 단단하게 해 주었습니다. 때로는 멈춘 것도, 어긋난 것도, 부끄러움의 이름이 아니라 손질의 시작일지 모릅니다. 누군가는 오래 듣고, 조금만 돌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한 방울을 더하고, 뚜껑을 닫기 전 다시 한 번 귀 기울입니다. 서두르지 않는 사랑이 거기 있습니다.

가게를 나오며 손목에 시계를 다시 찼습니다. 금속의 차가움이 피부의 온도와 섞이고, 맥박과 박자가 천천히 포개졌습니다. 길모퉁이를 돌아 시장 소란에 들어서도, 손목에서는 조용한 약속이 계속 들렸습니다. 분명한 소리였지만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습니다. 오늘 하루가 끝날 때, 그 소리가 서랍 속 어둠을 밀어내듯 마음의 한 구석을 밝혀 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시간은 그렇게,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한 방울에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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