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지만, 가장 먼 이름 – 가족 (묵상 33)

어느 날 문득, 거실 한켠에 앉아 있던 어머니의 등을 바라보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토록 익숙한 모습인데…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질까.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서로의 마음을 정말 들여다본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외곽을 떠돌다, 결국 안식처를 찾습니다. 그 안식처가 누군가에겐 친구이고, 누군가에겐 믿음이며, 또 어떤 이들에게는… 가족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가족이 가장 이해받지 못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지요.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서로를 놓치기도, 상처 주기도 쉬운 이름이 되어버립니다.

“네가 뭘 알아.”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익숙함 속에 숨은 무심함은, 천천히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무너뜨립니다. 가족은 언제나 거기 있을 거라는 착각. 그래서 미루고, 무시하고, 때로는 외면한 채 살아갑니다.

그런데요, 그 울타리 안에도 계절이 있고, 시간이 흐릅니다. 오늘의 아이는 내일의 어른이 되고, 부모님의 걸음은 하루하루 조금씩 느려집니다. 우리가 바쁜 틈에 놓쳐버린 그 하루는 누군가에겐 너무나 간절했던 하루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공동체 안에 두셨습니다. 피로 맺은 관계만이 아니라, 서로 돌보며 배워가도록 한 관계 안에서 자라게 하셨지요. 가족은 그래서 단순히 함께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배우는 가장 실제적이고 치열한 장소입니다.

혹시 오늘, 마음속에 묵은 미움이나 서운함이 남아 있다면 그 이름을 조용히 불러보세요. 어머니, 아버지, 딸, 아들, 형, 동생… 그리고 먼저 손을 내밀어 보세요.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그 작은 고백이, 다시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하나님의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먼저 따뜻한 마음을 건네는 하루가 되시길 소망합니다. 그곳에 하나님의 평안이 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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