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 위에 놓인 침묵

📅 2026년 02월 01일 07시 01분 발행

이른 새벽, 어둠이 아직 골목 모서리에 머물러 있을 때 작은 제과점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유리창 안쪽은 노릇한 빛으로 반짝이고, 누군가의 손이 반죽을 길게 접었다 펴는 동작을 묵묵히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긁개가 작업대에 스치는 소리, 오븐의 짧은 숨, 시계의 미세한 똑딱임이 어울려 조용한 음악처럼 들렸습니다. 반죽은 큰 볼에서 비닐을 덮고 숨을 모으고 있었지요. 그 위에 얇은 물기가 맺혔다가 사라지고, 점점 둥글어지는 표면에서 삶의 느린 호흡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마음에도 발효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스며들었습니다. 서둘러 모양을 내면 금이 가고, 덜 익은 채로 껍질만 단단해지는 때가 있습니다. 반면 온기가 스며드는 시간, 손을 잠깐 떼어주는 쉼이 있을 때 안쪽부터 살아나는 일이 있습니다. 삶에서 답을 재촉할수록 더 뻣뻣해지는 마음, 말을 덧붙일수록 멀어지는 관계가 떠오르셨는지요. 굳이 무엇을 더하지 않아도 되는 때, 덮어 두는 용기로 충분한 때가 있습니다. 반죽 위의 비닐처럼 가벼운 덮개 하나만 얹어도 내부에서는 조용한 일이 일어납니다.

예수님은 천국을 누룩에 비유하시며, 보이지 않는 작은 것이 온 덩어리를 변화시킨다고 말씀하셨지요. 눈앞에서 번쩍이는 기적이 아니어도, 아주 미세한 따뜻함이 오래 머물면 삶의 결이 달라지곤 합니다. 오래 미워하던 사람의 이름을 바깥쪽부터 부드럽게 부르기 시작하는 일, 자신의 실수를 변명 대신 한숨 길이에 담아 보는 일, 아침 햇살을 마치 첫날인 듯 받아들이는 일. 이런 작은 누룩들이 마음의 반죽 속에서 자리 잡을 때, 하루는 그만큼 다른 향기를 품는 것 같습니다.

제과사의 손놀림이 다시 눈에 들어왔습니다. 힘주어 치대던 손이 어느 순간 힘을 빼고, 접고, 기다립니다. 그 손은 반죽을 이기려 하지 않고, 잠깐씩 물러서며, 열과 공기가 할 일을 믿어 주는 듯했습니다. 신앙도 그러하다는 생각이 뒤따랐습니다. 열심이 필요하지만, 더 깊은 때로는 맡김의 온도가 일을 합니다. 기도 후에 아직 조용한 이유는, 어쩌면 내부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열은 우리의 서두름과 다르게 한결같이 퍼지고, 보이지 않는 곳의 빈틈까지 찾아 들어갑니다.

살다 보면, 반드시 오늘 안에 답을 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답이 늦어지는 동안에도 손 안의 온기가 식지 않는다면, 그 지연은 무의미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를 대할 때도 그렇지요. 단정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순간이 있는가 하면, 그 말이 반죽을 찢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씻은 손으로, 마른 가루를 살짝 더해가며, 한 번 더 접듯 마음을 만지는 것이 관계를 살립니다. 그러다 보면 필요한 말은 제 온도를 찾아 저절로 나오곤 합니다.

유리창에 김이 걷히면서, 새로 나온 빵이 식힘망 위에 올려졌습니다. 표면이 아주 작게 바스락거리고, 빵 속의 공기들이 자리를 잡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 고요는 차갑지 않고 따뜻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말보다 먼저 우리의 온도가 전해지는 순간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피곤한 아침에 나눠지는 한 조각의 빵처럼, 우리 안의 작은 누룩이 주변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발효는 소리 없이 일어나고, 소리 없이 준비된 빵은 손에 닿을 때 비로소 향기를 드러냅니다. 우리의 기다림도 그런 향기로 남아, 늦지 않은 온기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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