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 틈의 초록과 손의 박자

📅 2026년 03월 01일 07시 01분 발행

아침 햇빛이 현관으로 부드럽게 흘러들었습니다. 타일 사이에 얇게 낀 초록빛 이끼가 빛을 머금고 있었고, 습한 냄새가 아주 가늘게 떠올랐습니다. 큰일은 아니라며 미뤄 두었던 장면이 눈앞에 또렷해졌습니다. 작은 칫솔을 꺼내 비눗물에 적시고, 틈의 결을 따라 천천히 문질렀습니다. 칫솔모가 스치는 소리가 박자처럼 들렸습니다. 힘을 주었다가 풀고, 물을 더 적시고 잠시 멈췄다가, 다시 살살. 세게 밀면 타일이 거칠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손을 누그러뜨렸습니다. 기다림의 몫이 있는 일이었습니다. 햇빛이 도와주고, 바람이 말려 주는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마무리가 되는 일.

이끼는 보기엔 지저분했지만, 그 또한 이 틈에서 살아온 작은 생명이었습니다. 자리를 잘못 택한 생명이라서 그렇지, 생명 자체는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의 틈 사이에도 이런 초록이 자라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말과 말 사이에 남겨 둔 응어리, 미처 정리하지 못한 미안함, 스스로도 이름 붙이지 못한 서운함 같은 것들. 밝은 바닥 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다가, 빛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어느 날에야 드러나는 것들. 순간적으로 밀어내고 싶었지만, 마음을 닫을수록 더 촘촘히 퍼지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물기를 적신 칫솔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한 줄을 다 지우고 나서야 다음 틈으로 옮겼고, 손끝은 흥분하지 않았습니다. 문지르는 동안 내 몸의 호흡도 거기에 맞춰 조용히 낮아졌습니다. 돌봄이란 어쩌면 소리 없는 시간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금세 반짝이는 표면을 얻는 기쁨보다, 닳아 없어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함께 견디는 일. 오래 묵은 것을 단숨에 지워 내는 일보다, 어제와 오늘이 겹쳐진 결을 알아보는 일.

문득 주님의 손길이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그늘과 틈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시고, 조급하지 않게 다듬어 주셨던 때들. 소리 높여 흔들기보다, 빛과 바람이 제 몫을 할 시간을 믿어 주셨던 인내. 어느 날 혼자선 도무지 풀리지 않던 매듭이, 말 한 줌의 온기와 시선 한 번의 머묾으로 조금 느슨해졌던 장면들이 겹쳐졌습니다. 그때도 이렇게 한 칸씩, 한 호흡씩 우리를 건너오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물은 타일의 경사를 따라 밖으로 얇게 흘러갔습니다. 햇빛에 닿은 물길 위로 아주 희미한 무지개가 잠깐 생겼다가 사라졌습니다. 닦인 틈은 소리 없이 제 자리를 드러냈고, 남은 물방울들이 점점 작아졌습니다. 문을 닫으며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바닥의 결이 달라졌습니다. 그 변화가 거창하진 않았지만, 낯익은 집이 다시 환해진 것처럼 편안했습니다.

이제 마음 안쪽의 몇몇 틈도 햇빛을 조금 더 받게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을 지나며 새로워질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크게 외치지 않는 조용한 박자일 것입니다. 손끝을 적시던 그 물의 감촉이 오래 남았습니다. 얇고 투명해서 금방 마르는 물이었지만, 마르고 나서야 더 분명해지는 결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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