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07월 05일 07시 00분 발행
골목을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천장이 낮은 유리 간판 아래, 오래된 시계방이 있습니다. 유리 진열장 위로 오후의 빛이 얇게 미끄러지고, 그 빛 속에 아주 고운 먼지들이 떠다녔습니다. 벽마다 다른 표정의 시계들이 서 있었고, 몇몇은 자꾸만 어긋나는 박자로 소리를 내다가, 또 몇몇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시간을 놓친 얼굴로 기대어 있었습니다.
배터리를 갈러 들렀다가, 저는 주인 어르신의 손을 한참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한쪽 눈에 작은 루페를 걸고, 거의 숨도 쉬지 않는 듯한 호흡으로 톱니를 어루만지시더군요. 그 손끝이 닿으면 멈춘 바늘이 아주 미세하게 떨었습니다. 어르신이 조용히 말을 이었습니다. “시계가 서는 건, 큰 고장 때문만은 아니에요. 때로는 기름이 말랐거나, 먼지 한 톨이 자리를 잘못 잡았거나.” 목소리가 유리처럼 맑고 얇았습니다.
그 말을 듣는 동안, 제 마음의 안쪽에서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하루를 지나며 내면의 톱니 사이로 들어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한마디, 끝내 꺼내지 못했던 사과, 자꾸 뒤로 미루게 되는 작은 약속. 그런 것들이 어딘가에 얇게 눌어붙어, 박자를 조금씩 흐트러뜨리곤 합니다. 큰 고장보다도 사소한 어긋남이 더 오래 우리를 멈춰 세울 때가 있습니다.
어르신은 멈춘 시계를 책상 위에 눕혀 두고, 멈춘 시각을 한 번 더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멈췄네요.” 그는 마치 그 순간이 길을 가리키기라도 하는 듯, 멈춤을 단서처럼 다루었습니다. 멈춘 자리에서 이유가 드러나고, 드러난 이유 곁으로 조그마한 기름 한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그 방울이 새 빛을 받아 반짝일 때, 제 마음도 어쩐지 가볍게 기울었습니다.
문득 “하나님이 모든 것을 때에 아름답게 하셨다”(전도서 3:11)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때라는 말은 칼처럼 자르는 숫자의 선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에서 조금씩 맞춰 가는 숨의 길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손길이 닿아 있었을지 모릅니다. 멈춘 자리를 부끄러움으로 덮지 않고, 그 자리가 무엇을 말하는지 조용히 듣는 동안, 보이지 않던 이음새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경험을 하게 되곤 합니다.
수리를 마친 시계가 제 손목으로 돌아왔습니다. 낯익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작은 진동이 피부를 건드렸습니다. 상점 문을 밀고 나오자, 골목의 공기는 금속과 오래된 나무 냄새가 섞여 있었고, 햇빛은 오전보다 한 톤 가벼워져 있었습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계는 규칙적으로 뛰었고, 그 소리는 제 심장과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화음을 이루었습니다.
오늘의 시간도 어딘가에서 조정되고 있었습니다. 말 한 톨, 눈길 한 번, 잠시의 침묵이 기름처럼 흘러 들어가 박자를 다듬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유리 너머 얇은 진자가 다시 흔들리듯, 우리 안쪽의 보이지 않는 진자도 자신의 호흡을 되찾아 가고 있었습니다. 어긋난 박자가 완벽히 맞춰지지 않더라도, 그 사이를 지나가는 빛의 온도만으로 충분해 보이는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