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하나의 위로

📅 2026년 09월 10일 07시 02분 발행

오늘 오후 동네 시장 끝자락, 조그만 신발수선소 앞에 발을 멈추었습니다. 간판은 색이 바래고 유리문에는 오래된 테이프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안에서는 아담한 망치 소리가 일정한 박자를 만들었습니다. 탁, 탁, 쉬는 호흡처럼 이어지는 그 소리 사이로 가죽 냄새와 약간의 본드 냄새가 섞여 나왔습니다.

벽에는 각양각색의 신발끈이 빛깔대로 걸려 있고, 손때 묻은 나무 발판 위에 구두 한 켤레가 엎드려 있었습니다. 주인 어르신은 돋보기를 이마 위로 올렸다 내리며 밑창의 벌어진 틈을 살폈습니다. 금속 못 몇 개와 얇은 실밥, 그리고 조용한 집중이 그 자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수선이라는 말이 오늘따라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새 것의 반짝임이 아니라, 제자리를 찾아 다시 버틸 수 있도록 손을 보태는 일. 밑창은 땅과 가장 먼저 부딪히는 곳이라 금세 닳아 없어지지만, 거기 붙는 작은 못 하나가 걸음을 다시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습니다.

우리 삶에도 보이지 않게 닳아 없어지는 자리가 있지요. 겉은 멀쩡해 보여도 안쪽 실밥이 헐거워져 자꾸 소리가 나는 마음의 모서리. 말하지 못해 발뒤꿈치처럼 조용히 붙잡고 살던 상처. 오늘 그 소리 앞에서 저는 한동안 몸을 낮추어 귀를 기울였습니다.

수선소의 어르신은 못을 많다고 더 박지 않았습니다. 딱 필요한 만큼, 간격을 맞추어 박고, 망치를 잠시 멈추어 밑창을 손으로 꾹 눌러 보았습니다. 무언가를 고치는 일은 세게 두드리는 시간보다, 멈추어 손끝으로 확인하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기다림 속에서 본드가 마르고, 실이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기도가 그런 시간이 아니었을까 떠올랐습니다. 길게 말하지 못하는 날에도, 내 안의 벌어진 틈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주님께 내밀던 순간들. 누군가 이름을 조용히 불러 주고, 눈을 마주치던 그 평온. 여호와는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 시편의 이 구절이 오늘은 신발장 문을 여닫는 소리처럼 가까이 들렸습니다.

수선이 끝난 구두의 밑창에는 작은 은빛 점들이 줄을 이루었습니다. 그 점들이 마치 오래된 별자리 같아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상처 위에 남은 표식이 흉이 아니라 길잡이가 되는 순간을 보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마음의 자국들도 언젠가는 그런 별자리가 되어,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하는지 조용히 알려 줄지 모르겠습니다.

광을 낸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긁힘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결이 남아 있어야 오늘의 윤기도 제자리를 잡는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배웠습니다. 완전히 새것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이 가슴에 내려앉았습니다. 새것의 당당함 대신, 다듬어진 오래됨의 품격이 주는 온기가 있었습니다.

문을 나서며 보니, 가게 앞 고무 매트에 작은 흙자국들이 점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각자의 사정으로 찾아온 걸음들이 잠시 머물다 간 흔적이겠지요. 그 자리를 스치며, 저마다의 하루가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붙잡아 준 보이지 않는 손길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그 손을 다 알지 못하지만, 나아갈 힘이 생긴 순간을 기억합니다.

살다 보면 설명서가 없는 문제들 앞에 서게 됩니다. 말이 엇나가 밤이 길어진 날, 식탁 위 영수증과 약봉투가 말없이 하루의 무게를 알려 주던 때가 떠오릅니다. 그때 건넨 짧은 미안함, 늦게라도 닿은 안부, 아무 말 없이 건넨 따뜻한 물 한 잔이 못 하나가 되어 관계의 밑창을 다시 붙들어 주었습니다.

교회 본당 의자에 앉아 있을 때도 종종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멜로디가 끝난 뒤 잠깐 흐르는 정적, 그 고요 속에서 흩어진 생각들이 모였습니다. 누군가의 한숨이 멀리서 스며오고, 또 다른 이의 작은 웃음이 따라옵니다. 주님께로 모여드는 여러 결이 한 자리에서 재봉되듯 겹쳐지는 순간, 우리 출입의 숨결이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리고 장롱 아래에 밀어 넣어 둔 낡은 슬리퍼처럼, 미뤄 둔 마음이 한 켠에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다 고치지 못해도, 쓰다듬어 준 자리만큼은 덜 아플 수 있다는 믿음이 조용히 자리합니다. 고쳐짐은 늘 눈에 띄지는 않지만, 만져 보면 알아지는 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밤, 현관에 세워 둔 신발들이 서로 기대듯 서 있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한 켤레마다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길이 함께 놓여 있습니다. 손끝이 미쳐 닿지 못한 상처도 남아 있겠지요. 그럼에도 걸음을 내어줄 준비를 하고 있는 이 고요가, 이미 충분한 응답처럼 느껴집니다.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을 때, 발등에 남아 있는 낮의 온기를 느꼈습니다. 마음 한쪽도 그 온기에 기대듯이 조용해졌습니다. 오늘 건넌 길 위에 작고 단단한 못 하나가 있었다는 사실, 그 생각만으로도 숨이 편안해졌습니다. 내일의 걸음이 어떠하든, 굽 모서리 어딘가에 약속이 숨어 있다는 느낌이 오래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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