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귀를 지나는 실 한 올

📅 2026년 09월 14일 07시 00분 발행

오늘 오후, 오래 닫아 두었던 바느질 상자를 꺼내 보았습니다. 뚜껑을 여는 소리가 종이처럼 얇게 떨렸고, 은빛 바늘이 몇 개 나란히 누워 있었습니다. 창가로 기울어지는 햇빛이 바늘귀를 스치자, 아주 작은 틈이 반짝이며 잠깐 문처럼 열렸습니다. 실을 한 올 꺼내 손끝으로 모으고,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한 번에 들어가지 않아 실끝이 퍼지고, 다시 모아 대어 보다가, 조용히 숨을 들이켰습니다. 그 짧고 얕은 숨이 바늘귀를 통과하는 데 참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이 스윽 들어가자 마음도 함께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해진 앞치마 모서리를 꿰맸습니다. 오래 손을 맞댄 자리에는 천이 얇아져 있었고, 실밥은 작은 풀처럼 흩어져 있었습니다. 매듭을 안쪽에 숨기고 바깥은 가만히 고르게 지나가니, 허술하던 모서리가 다시 한 덧 붙들림을 얻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바늘귀 뒤로 흰 종이를 대 주시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배경이 밝아지자 작은 구멍이 더 잘 보였지요. 그때 저는 바늘귀를 통과하는 일에도 누군가의 배려가 담길 수 있음을 처음 배웠습니다. 누군가의 손길이 배경이 되어 주면, 내 손끝의 떨림도 길을 찾곤 했습니다.

사람의 하루도 천처럼 닳아 얇아지는 때가 있습니다. 말없이 문질러진 모서리, 자주 접히던 구석, 그곳에서부터 작은 균열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때때로 크게 벌어진 틈을 한 번에 메우고 싶어 하지만, 정직한 수선은 실 한 올로 천천히 이어집니다. 기도도 그러하다고 느낍니다. 장엄한 문장보다, 짧고 또렷한 한숨 같은 호흡, 그 작은 실을 바늘귀에 통과시키는 집중. 그 사이, 마음속 울음과 불면의 밤, 말끝에서 흘린 후회까지, 안쪽에서 조용히 매듭이 지어집니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시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시리라’는 말씀이 바른 실처럼 곁을 지켜 줍니다.

흠집을 지우려 애쓰기보다, 상처가 지나간 길을 존중하는 수선이 있습니다. 바깥에서 보면 고르게 걸어간 땀이 보이고, 안쪽에는 울퉁불퉁한 매듭이 숨어 있습니다. 겉은 단정해 보이지만, 견고함은 보이지 않는 뒷면에서 옵니다. 누구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지만, 안쪽의 매듭이 옷을 지탱하듯,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은 울컥임이 우리를 붙들어 줄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마 그 안쪽을 먼저 보시며, 서툴게 뭉친 매듭도 가볍게 토닥이시는 분이시겠지요.

해가 더 기울자 바늘끝이 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골무가 탁자 끝에서 가볍게 굴러 갔고, 자투리 실 몇 가닥이 바닥에 그림자를 늘였습니다. 오늘 만든 매듭은 아주 작았지만, 천은 다시 제 몫의 바람을 막아 줄 것입니다. 그렇게 이어 붙인 자리들을 따라 내일도 포개질 것 같습니다. 바늘귀를 지나는 실 한 올만으로도 하루의 숨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속에서도 작고 고른 숨이 되살아납니다. 잠시 멈추었다 다시 건너간 그 숨결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천천히 빛을 데려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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