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07월 31일 07시 01분 발행
시장에서 조금 비켜난 골목 끝, 불이 낮게 내려앉은 작은 목공방에 들렀습니다. 천장등 아래로 나뭇가루가 미세한 별처럼 떠다니고, 작업대 위에서는 손바닥만 한 도마가 사각사각 숨을 쉽니다. 장인은 두 손으로 도마를 붙들고, 결을 따라 사포를 왕복시킵니다. 말수가 적은 곳이라 소리라고는 사포와 나무가 마주 비비는 소리, 그리고 숨 고르듯 고르게 흘러나오는 호흡뿐이었습니다. 시간도 그 리듬에 맞춰 눌러앉는 듯했습니다.
도마에는 칼자국이 촘촘했고, 물자국이 떠나지 않은 흔적도 보였습니다. 장인이 말했습니다. “무리해서 다 지우려 들면, 속살까지 깎여 나가거든요. 필요한 만큼만, 결을 보면서요.” 그는 힘을 주기보다 방향을 살폈습니다. 결을 거스르면 금세 까무룩한 자국이 생긴다며, 손끝의 균형을 점검하듯 문질렀습니다. 얇은 먼지가 켜를 이룰 때마다, 나무의 얼굴이 조금씩 밝혀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떠올랐습니다. 우리 하루도 도마처럼 칼자국이 남곤 합니다. 서둘러 덮어두었던 말, 마음에 남은 고집, 살짝 삐뚤어진 관계의 모서리. 빨리 해결하고 싶어 힘을 주다 보면, 오히려 자국이 더 깊어질 때가 있지요. 어떤 때는 힘보다 방향이 필요하고, 속도보다 호흡이 먼저라는 것을, 나무가 알려주는 듯했습니다. 오늘의 결을 듣는 일, 그 결을 따라 손을 움직이는 일. 관계에도, 일에도, 기도에도 저마다의 결이 있어, 거스르면 흠집이 늘고, 따라가면 결결이 광택이 생깁니다.
장인은 어느 순간 사포를 바꾸었습니다. 숫자가 낮은 것을 지나 한 단계씩 고와지는 종이. 한 번에 매끈해지지 않으니, 거친 결에서 시작해 조금 더 고운 결로, 다시 더 섬세한 결로 건너가야 한다고요. 우리 삶도 비슷하지요. 큰 결심으로 모든 것을 단박에 바꾸려 하기보다, 사소한 배려 한 번, 짧은 침묵 한 번, 마음을 돌이키는 짧은 기도 한 번. 그 사이사이로 표면이 달라집니다. 때를 지켜 손길을 미루지 않고, 욕심내지 않아 더 깊은 상처를 만들지 않는 인내. 성서는 이 길을 묵묵히 동행하시는 분을 이렇게 속삭입니다.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엡 2:10). 다듬어 가는 손길이 우리 안에 있다는 고요한 안심이 스며듭니다.
마지막으로 장인은 따뜻한 기름을 천 조각에 적셔 문질렀습니다. 담박하던 나무색이 서서히 깊어지고, 결마다 이야기가 더 또렷해졌습니다. 지우지 못한 칼자국도 빛을 받자 어둠이 되지 않고, 지나온 식탁들의 기억처럼 누워 있었습니다.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오히려 그 위로 누군가의 정성과 시간이 겹쳐져 새로운 표정이 되었지요.
오늘 저녁, 그 도마 위에 파 한 줌이 송송 썰리고, 평범한 국 한 그릇이 다시 삶을 데워 올리겠지요. 대단한 변화는 아니어도, 손길이 닿은 자리마다 조용한 빛이 도는 풍경. 어쩌면 우리 마음도 그럴 수 있겠습니다. 낮 동안 너무 세게 밀어붙였던 무엇이 있었다면, 잠시 숨을 고르며 결을 다시 살피는 밤이 되어도 좋겠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깎아내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부드럽게 문지르는 손길을 떠올리며요.
목공방을 나설 때까지 사각사각 소리만 방 안을 채웠습니다. 그 고른 리듬이 귀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 소리가 잔잔히 이어지듯, 보이지 않는 어떤 손길이 오늘의 우리를 결에 맞춰 다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거스르지 않고, 숨처럼 고르게. 그 사이사이로 우리의 하루가 조금 더 따뜻해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