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이 숨 쉬는 시간

📅 2026년 11월 08일 07시 01분 발행

문 여는 시각보다 조금 이른 아침, 동네 빵집 유리문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번지더군요. 오븐의 붉은 눈금이 반짝이고, 스테인리스 테이블 위에 둥근 반죽들이 줄을 섭니다. 반죽表면이 미세하게 오르고 내리며 아주 천천히 호흡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람의 가슴도 이처럼 보이지 않게 들고나는 순간들이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소리 없는 부풀어 오름, 누가 보지 않아도 일어나는 성장 말입니다.

제빵사는 말을 아끼고 손으로 대화를 나눕니다. 밀가루의 건조함과 물의 묵직함이 섞이고, 소금의 맑은 결이 지나간 자리에, 보이지 않는 누룩이 제 할 일을 시작합니다. 그는 기다릴 줄 압니다. 타이머가 울릴 때까지도 중간에 열어보지 않고, 반죽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믿어줍니다. 기다림이 하나의 기술이자 예배라는 것을, 이른 새벽 온몸으로 증언하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떠오르더군요. 막 풀어야만 할 것 같은 매듭이 있지만, 손끝으로 더 당길수록 오히려 조여질 때가 있지요. 그럴 때 잠시 놓아두는 시간, 반죽을 쉬게 하는 휴지처럼, 말의 열기를 식히는 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우리 안에서 자라고, 아물고, 다시 말이 지나갈 길을 만듭니다. 기다림은 게으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명에게 자리를 내주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븐 문이 열리고 뜨거운 공기가 밀려나올 때, 껍질이 갈라지며 나는 그 얇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응어리였던 부분이 갈라진 자리에서 향기가 퍼지더군요. 인생도 그럴 수 있겠습니다. 단단히 굳었다고 느낀 시간이 어느 순간 얇게 금이 가고, 그 틈에서야 우리의 이야기가 향으로 번집니다. 흉이 아니라 문양이 되어, 어제의 아픔이 오늘의 식탁에 따뜻함을 보태는 것을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을 하셨지요. ‘천국은 마치 여자가 가루 서말 속에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으니라.’ 작은 것이 온 마음을 바꾸어 놓는다는 약속이, 이 아침 오븐 열기 속에서 조용히 가시화됩니다. 신앙이란 거대한 증명이 아니라, 반죽 깊숙이 숨어 일하는 누룩 같은 은총을 믿어주는 마음일지 모릅니다. 지금은 아직 납작해 보여도, 내부에서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믿음 말입니다.

한 덩이 식빵을 손에 쥐면, 온기가 손바닥을 넘어 가슴까지 전해집니다. 금방 잘라낸 단면에서 서서히 김이 오르고, 그 김이 공기와 섞이며 향이 넓어집니다. 이따금 겉껍질이 지나치게 진해져도, 속은 부드럽습니다. 삶도 겉빛만으로 다 말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빵은 조용히 알려줍니다. 오늘 하루의 걸음마다 보이지 않는 누룩이 일하고 있고, 그 수고 덕에 우리가 서로의 식탁이 되어 간다는 생각을 품어봅니다.

아침의 빵집은 곧 문을 열 것입니다. 빵을 고르는 손들이 포장지에 스며든 따뜻함을 느끼며 흩어질 테지요. 그 손들 사이로 우리도 서 있습니다. 아직 다 익지 않은 기도, 막 향이 나기 시작한 소망, 굽는 동안 잊히지 않은 이름 하나. 누군가의 하루에 건네질 작은 조각이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조용히 부풀어 오르는 장면을 그려봅니다. 그리고 그 장면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위로가 된다는 것을, 오븐 앞의 침묵이 가르쳐 주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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