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방에 걸린 숨

📅 2026년 05월 25일 07시 00분 발행

시장 골목을 지나던 중, 유리 진열장 너머로 작은 시계방이 보였습니다. 유리에는 손자국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고, 그 안쪽으로 각기 다른 박자를 가진 초침들이 저마다의 호흡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똑, 딱, 또 똑. 서로 맞지 않는 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은은한 배경음처럼 가게를 채우고 있었지요.

시계공은 작은 돋보기를 한쪽 눈에 끼우고, 엄지와 검지 사이로 얇은 드라이버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손끝은 불필요한 동작이 없었습니다. 한 방울의 기름, 반 바퀴의 조정, 귀 가까이 가져가 박자를 듣는 멈춤. 손이 멈추면 숨도 멈추는 듯했고, 다시 드라이버가 돌면 미세한 안도의 기척이 공기 속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제 손목의 시계도 며칠 전부터 늦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약속에 몇 번 늦고 나서야 더는 시계를 탓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뒤처진 것은 바늘이 아니라 제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지만, 마음은 여전히 전화를 망설이던 그 장면에, 해야 할 말을 고르고만 있던 그 순간에 머물러 있었으니까요.

시계공은 시계를 받아 들고 잠시 기울여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뒷뚜껑을 열어 안쪽을 들여다보더니, 바늘을 살짝 들어 올리듯 조심스레 톱니와 스프링 사이를 살폈습니다. 작은 부품 하나가 제자리를 찾아가면, 그 다음부터는 놀라울 만큼 많은 것이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다는 걸 그의 표정이 말해주었습니다. 하나의 박자, 하나의 숨, 하나의 때. 그 단정함이 묘하게 위로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시간대를 건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시간은 쏟아진 구슬처럼 굴러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어떤 시간은 끈처럼 늘어나 손끝에 붙습니다. 할 말은 마음 속에서 반짝거렸지만 입술까지 오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때가 있고, 이미 떠난 기회를 오래 붙들고만 있는 때도 있습니다. 그 사이사이에, 초침이 다음 칸으로 넘어가기 전의 아주 얇은 틈 같은 고요가 있습니다. 그 틈에서 숨이 돌아오고, 기도가 한 마디 길어집니다. 미안함도, 고마움도, 그 얇은 틈에서 모양을 갖춥니다.

시계방의 불빛 아래서 문득 한 구절이 지나갔습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분명히 늦음도 앞섬도 우리의 몫이지만, 그 틈을 헛되이 만들지 않는 조용한 손길이 있다는 확신이 마음을 눌러 앉혔습니다. 어떤 날은 내가 준비되지 않은 채로 시간이 나를 끌고 가는 듯했는데, 그분은 소리를 높이지 않고, 축을 적시는 기름처럼 내 안쪽 어딘가로 스며들어 박자를 맞추어 주시는 분이었습니다.

잠시 후 시계를 돌려받았을 때, 숫자판은 놀랄 만큼 명료했습니다. 정확해진 것은 바늘뿐인데, 시계줄을 잠그는 순간 손목에서까지 정확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느낌은 나를 다그치지 않았습니다. 다만, 나도 다시 맞물릴 수 있다는 조용한 안심이었습니다. 설령 오늘의 몇 분이 흘러가 버렸다 해도, 흘러간 자리에는 내 숨이 있었고, 그 숨을 들여다보는 누군가의 자상한 시선이 함께 있었음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가게를 나서며 뒤돌아보니, 안쪽 벽에 걸린 커다란 괘종시계와 작은 탁상시계들이 여전히 제각기 다른 박자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어긋남이 이제는 소음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같은 방 안에서 다른 속도로 뛰는 심장들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듯, 각자의 리듬에도 자리를 내어주는 넉넉함이 있었습니다. 저녁빛이 간판 가장자리에 스며들어 둥글게 번졌고, 주머니 속에서 새로 정돈된 초침이 고르게 뛰었습니다. 오늘 놓친 한순간도, 어쩌면 그분의 손에서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조용히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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