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반죽이 숨 쉬는 새벽

📅 2026년 08월 01일 07시 01분 발행

아직 골목이 빛을 배우기 전, 제과점의 불은 먼저 깨어납니다. 유리문 안쪽에서 스테인리스 대야가 가볍게 울리고, 물과 밀가루가 섞이는 소리가 새벽 공기와 섞여 번집니다. 반죽기가 멈추면, 제빵사의 두 손이 무릎처럼 단단한 반죽 위로 리듬을 놓습니다. 밀어내고 접어 안아 올리는 동작이 몇 차례 더 이어지면, 반죽은 마치 누군가의 품에서 숨을 천천히 배우는 것처럼 표면이 매끄럽게 달라집니다. 젖은 천이 그 위를 덮고, 한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보이나, 그 고요 속에서 작은 세계가 움직입니다.

우리의 하루도 종종 반죽처럼 치대일 때가 있습니다. 마감과 약속이 겹치고,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무게가 더해질수록, 스스로를 더 세게 밀어붙이게 됩니다. 그럴수록 결은 거칠어지고, 마음은 쉽게 찢어지곤 합니다. 반죽이 지나친 힘만으로는 좋아지지 않듯이, 우리 안에도 젖은 천 한 장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뜻하고 한결같은 온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곳에 잠시 놓여 숨을 고르는 일. 하나님의 시선 아래에서 그 쉼이 허락될 때, 굳어 있던 마음결이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누룩은 작아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눈에 띄지 않게 섞이고, 오래 조용히 일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전부가 다르게 부풀어 있습니다. 작은 친절 하나, 서두르지 않는 대답, 미안하다는 한마디가 하루 전체의 맛을 바꾸는 것을 경험하곤 합니다. 예수께서는 “천국은 마치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으니라”(마태복음 13:33)고 말씀하셨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깊은 변화는 언제나 작은 것에서 시작되는 법입니다.

병실 문 앞에서 기도문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던 날이 있습니다. 그때, 말을 줄이고 손만 꼭 잡고 서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그 침묵이 오히려 누룩처럼 스며들어, 우리 둘의 호흡이 조용히 맞아 갔습니다. 발효는 설명이 아니라 온도와 시간의 문제임을, 그날 새삼 배웠습니다. 하나님의 일하심도 그와 닮았습니다. 번쩍이는 기적처럼 보이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미세한 생김새를 바꾸며 안에서부터 우리를 키우십니다.

곧 오븐이 예열되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릴 때 나오는 첫 온기가 새벽의 끝부분을 밀어냅니다. 골목은 천천히 빵 굽는 냄새를 배우고,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늦춥니다. 우리 하루에도 예열의 시간이 먼저 있으면 좋겠습니다. 성급한 판단보다 깊은 호흡이 앞서는 아침,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말들을 내려놓게 하는 온도. 반죽이 뜨거운 불꽃이 아니라 꾸준한 온기 곁에서 모양을 갖추듯, 마음도 꾸준한 자비 곁에서 형태를 찾습니다.

오늘, 우리의 마음 반죽 속에 작은 누룩 하나가 들어갈 수 있겠습니다.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 주는 몇 분, 서랍 속에 미뤄 둔 엽서 한 장을 꺼내 적는 짧은 시간, 거울 앞에서 자신에게 건네는 “고생했다”는 낮은 목소리. 커튼 가장자리를 타고 미끄러진 빛 한 줄기 위에 따뜻한 잔을 내려놓는 느린 동작도 괜찮겠습니다. 그렇게 놓인 작은 것들이 조용히 퍼져, 표정과 문장, 발걸음의 결을 바꿀지 모릅니다.

곧 식빵의 등은 황금빛을 띠고, 갓 구운 결과 아직 식지 않은 시간 사이를 향기가 연결합니다. 마음에도 그런 향기가 있습니다. 이름 붙이기 어려운 온기, 무언가 나아지고 있음을 먼저 알아차리는 부드러운 냄새. 슬픔이 아직 완전히 익지 않았어도, 그 향기 속에서 방향을 살짝 바꾸곤 합니다. 굽기 전의 고요와 굽고 난 뒤의 식히는 시간 사이, 우리는 오늘을 건너갑니다.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그 사이에, 이미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사실이 조용히 빛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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