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명상

유자 향이 스며드는 저녁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조용해진 부엌에 주전자 소리가 낮게 이어집니다. 뚜껑이 조금 흔들릴 때쯤, 유자 하나를 꺼내 칼등으로 껍질을 얇게 벗겼습니다. […]

일일 명상

제본실의 잔향

오늘 낮, 도서관 지하 복도 끝 제본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습니다. 얇은 빛이 바닥에 길게 흘렀고, 그 위로 종이 섬유가

일일 명상

번호표와 마음의 주소

동네 우체국에 들르면 늘 비슷한 냄새가 반겨 줍니다. 종이와 잉크, 테이프의 끈적한 향이 섞여서 작은 창고처럼 마음을 차분히 합니다. 입구

일일 명상

분류대 위로 흘러가는 이름들

늦은 저녁, 우체국 뒤편을 지났습니다. 유리벽 너머로 분류대가 길게 뻗어 있고, 상자들이 조용히 흘러갑니다. 붉은 스캐너 불빛이 번쩍이며 이름과 주소를

일일 명상

소리굽쇠가 건네준 오후

동네 문화센터의 작은 연습실에 들렀다가 피아노 조율사를 만났습니다. 덮개를 걷어 올라간 현들 사이로 얇은 빛이 흘렀고, 조율사의 손끝은 오래 길든

일일 명상

식탁 위의 바늘빛

부엌 불을 다 끄고 식탁 위 스탠드만 켠 밤입니다. 작은 불 아래에 오래 쓰던 앞치마를 펼쳐 놓고, 바늘귀에 하얀 실을

일일 명상

수선집의 작은 망치 소리

늦은 오후, 골목 끝에 조그만 신발 수선집이 있습니다. 문손잡이를 당기면 종이 한 번 울리고, 가죽과 본드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 나옵니다.

일일 명상

찬송가 사이에 눌린 금빛

서랍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찬송가 한 권을 꺼내 들었습니다. 표지는 손때로 반들거렸고, 모서리는 부드럽게 닳아 있었습니다. 책장을 조심스레 넘기는데, 두 장

일일 명상

단추 상자 앞에서

버스정류장 맞은편, 간판 글씨가 조금 바랜 작은 수선집에 들른 날이 있었습니다. 코트의 단추 하나가 사라져 빈자리가 눈에 자꾸 걸리던 오후였습니다.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