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명상

여분의 단추와 시접

식탁 한쪽에 작은 깡통을 하나 두고 삽니다. 오래전 과자를 담았던 양철 통인데, 지금은 크고 작은 단추들이 모여 있습니다. 색이 바랜 […]

일일 명상

저녁 구두방의 느린 바느질

시장 끝자락, 지붕이 낮은 작은 구두방에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문을 밀자 아주 작은 종이 가볍게 울리고, 가죽 냄새가 따뜻한 난로의

일일 명상

주소를 또박또박 적는 시간

동네 우체국의 오후는 늘 비슷한 결을 지닙니다. 자동문이 조용히 열리고, 번호표가 얇게 뜯겨 나오는 소리, 바코드가 짧게 울리는 삑 소리,

일일 명상

늘 켜져 있는 초록빛

엘리베이터가 점검 중이던 저녁이었습니다. 한층, 또 한층 계단을 오르는데, 콘크리트에 남아 있던 낮의 먼지 냄새가 발끝에 따라 붙었습니다. 계단참마다 누군가의

일일 명상

도장 소리와 마음의 주소

늦은 오후 동네 우체국에 잠시 들렀습니다. 겨울 해가 낮게 누워 창문을 비스듬히 건너오고, 투명한 유리 위로 먼지가 가볍게 떠다녔습니다. 창구에서는

일일 명상

도마의 오래된 자국 앞에서

점심 설거지를 마치고 나무 도마를 세워 말립니다. 물방울이 칼자국 사이에 잠깐 머물다가 가늘게 흘러내리고, 쪽파 냄새가 아주 옅게 남아 있네요.

일일 명상

수선집의 조용한 불빛

오늘 오후, 동네 작은 수선집에 들렀습니다. 민트색 문을 밀고 들어가니 다리미에서 오른 따뜻한 김이 허공에 얇게 퍼지고, 재봉틀 발판이 발끝에서

일일 명상

주머니 한켠의 종이 한 장

세탁소에서 막 찾아온 낡은 겨울 코트를 탁자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고운 김이 올라와 정돈된 옷깃을 손끝으로 쓰다듬다 보니, 문득 주머니 속이

일일 명상

도마 위에 남은 낮의 무늬

늦은 오후, 설거지 물이 미지근할 때쯤 도마를 세워 말리곤 합니다. 물기를 털어내려 살짝 기울이면, 칼자국 사이에 아주 작은 물웅덩이들이 고여

일일 명상

종점의 작은 화분

도심 끝자락, 버스가 모여 쉬는 종점에서는 소리가 낮아집니다. 막 멈춘 엔진이 서서히 식어 가는 소리, 비어 버린 좌석에서 천천히 빠져나오는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