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냄새가 가라앉는 오후
오늘 오후, 교회 작은 방의 벽지를 새로 바르는 일을 지켜보았습니다. 도배사가 칼끝으로 낡은 가장자리를 살짝 들어 올리자, 문양이 얇은 껍질처럼 […]
오늘 오후, 교회 작은 방의 벽지를 새로 바르는 일을 지켜보았습니다. 도배사가 칼끝으로 낡은 가장자리를 살짝 들어 올리자, 문양이 얇은 껍질처럼 […]
해가 시장 지붕 너머로 천천히 미끄러지던 저녁이었습니다. 채소가게 앞 전자저울에 초록빛 숫자가 잠깐 깜박이더니, 상인이 빈 그릇을 올려놓고 ‘영점’ 버튼을
오늘 병원 대기실에서 잠시 머물렀습니다. 의자에 앉으면 등받이의 차가움이 먼저 등을 만지고, 소독약 냄새가 천천히 호흡을 지나갑니다. 전광판에 번호가 지나갈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조용해진 부엌에 주전자 소리가 낮게 이어집니다. 뚜껑이 조금 흔들릴 때쯤, 유자 하나를 꺼내 칼등으로 껍질을 얇게 벗겼습니다.
늦은 저녁, 우체국 뒤편을 지났습니다. 유리벽 너머로 분류대가 길게 뻗어 있고, 상자들이 조용히 흘러갑니다. 붉은 스캐너 불빛이 번쩍이며 이름과 주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