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명상

심을 드러내는 시간

교회 사무실 서랍에서 오래된 연필깎이를 꺼냈습니다. 손잡이가 달린 금속 몸체는 군데군데 칠이 벗겨졌고, 작은 칼날은 여전히 제 일을 알고 있었습니다. […]

일일 명상

바늘귀에 스미는 오후의 빛

동네 모퉁이를 돌면 작은 수선집이 있습니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손가락만 한 종이 맑게 울리고, 천천히 가라앉는 먼지가 전등빛 안에서 미세한

일일 명상

주파수를 맞추는 밤

늦은 밤, 부엌 등 하나만 켜 두고 서랍에서 오래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꺼내 보았습니다. 네모난 플라스틱 몸통에는 세월이 만든 잔기스가 번졌고,

일일 명상

반납함 앞에서

늦은 저녁, 동네 도서관의 불이 하나둘 사그라질 무렵, 건물 밖 작은 금속 상자 앞에 서게 됩니다. 반납함이라 이름 붙은 상자는

일일 명상

보온등 아래의 기도

밤과 아침 사이, 집 안이 아직 말수를 아끼는 시간입니다. 주방 구석에 작은 주황빛이 하나 켜져 있습니다. 밥솥의 보온등입니다. 그 불은

일일 명상

암실의 조용한 약속

동네 골목 끝에 작은 사진관이 있습니다. 유리문에는 오래된 가격표가 약간 기울어 붙어 있고, 안쪽에서는 스탠드형 빨간 불빛이 어둠을 젖은 벽처럼

일일 명상

이름표가 붙은 기다림

도심 구청 지하의 작은 분실물 센터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형광등 아래, 은색 선반들이 가지런했고, 그 위에는 각자의 사연을 잃어버린 채

일일 명상

반죽이 숨 쉬는 새벽

새벽 어스름에 동네 빵집 불이 먼저 깨어납니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이 골목을 얇게 적시고, 밀가루 냄새가 공기 속 먼지처럼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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