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명상

찢어진 식탁보를 꿰매는 저녁

늦은 저녁, 식탁 위에 오래 쓰던 식탁보를 펼쳐 놓았습니다. 가장자리쯤, 작게 찢어진 부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눈에 띄지 않게 접어 덮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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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라벨을 떼는 손길

해가 완전히 오르기 전, 아파트 1층 분리수거장에는 주방등 같은 노란 불빛이 먼저 깨어 있습니다. 유리병끼리 닿아 맑은 소리를 내고, 캔을

일일 명상

회전하는 물의 시간

오늘 오후, 동네 세탁소 유리문 너머로 둥근 드럼이 천천히 돌고 있었습니다. 투명한 창을 통해 비누 거품이 별무리처럼 모이고 흩어지며, 젖은

일일 명상

세탁소 문 닫는 시간의 온기

골목 끝 세탁소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하루의 마지막 숨을 돌리는 듯합니다. 셔츠들이 길게 걸린 채 미세하게 흔들리다 어느 순간 가만히

일일 명상

빨간 우체통과 마음의 빈칸

동네 우체국 옆, 페인트가 조금 벗겨진 빨간 우체통 앞에서 잠시 멈추었습니다. 투입구가 반쯤 열린 채 낮은 금속성 소리를 품고 있었고,

일일 명상

우체국의 저울 앞에서

오후 느지막이 작은 동네 우체국에 들렀습니다. 낮게 깔린 형광등 아래, 번호표가 얇은 종이 소리로 뽑히고, 창구 너머에서는 도장이 착착 박히는

일일 명상

조율사의 늦은 오후

예배당 옆 작은 음악실에 문을 열면, 나무와 펠트의 냄새가 먼저 반겨줍니다. 오늘은 오래된 업라이트 피아노의 등판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좁은

일일 명상

빨래방에서 배우는 온기

늦은 저녁, 동네 빨래방에 조용한 진동이 깔립니다. 둥근 드럼이 돌 때마다 낮은 울림이 바닥의 체크무늬 타일까지 전해지고, 세제 냄새가 미세한

일일 명상

불린 숫자, 기억된 이름

오늘은 동네 우체국에 들렀습니다. 창구 앞 의자에 앉아 대기표를 쥐고 있으니, 전광판의 숫자가 한 칸씩 넘어갑니다. 짧은 알림음이 울릴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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