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명상

대기실 수족관 앞에서

오전 내내 시간이 길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병원 대기실, 손에 쥔 번호표가 얇은 종이인데도 묘하게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의자 표면의 비닐이 미세한 […]

일일 명상

쇳가루가 반짝이는 오후

골목을 돌면 유리문 너머로 작은 불꽃이 튀는 가게가 있습니다. 열쇠를 복제하는 기계가 드르륵 소리를 내고, 둥근 물통에서 금속이 잠깐 식었다가

일일 명상

열쇠를 깎는 오후

동네 골목 안쪽, 형광등이 은은히 떨리던 작은 열쇠집에서 잠시 앉아 있었습니다. 교회 창고문이 잘 잠기지 않아 열쇠를 하나 더 만들려

일일 명상

정면의 빛 앞에서

동네 골목 끝 사진관에 들른 날이었습니다. 여권사진을 찍으려 번호를 적고 기다리는데, 벽면 가득 작은 흑백 얼굴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습니다. 서로

일일 명상

수선대에 앉아 기다리는 저녁

시장 끝자락, 불투명한 등 하나가 내려앉은 구두수선소에 저녁이 들어섰습니다. 문을 밀고 들어가면 왁스가 데워지는 냄새와 가죽의 묵직한 숨이 먼저 반겨

일일 명상

저울의 숨

오늘 동네 우체국에 들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고무도장이 부드럽게 찍히는 소리와 잉크 냄새가 먼저 반겼습니다. 번호표를 뽑아 손에 쥐고 서

일일 명상

서리 맺힌 옥상 텃밭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옥상 철문을 밀자, 얇은 냉기가 볼을 스칩니다. 난간 너머로 낮은 겨울빛이 미끄러지고, 모서리에 모인 낙엽들이 바람 대신

일일 명상

우체국 저울 위의 사과 두 알

동네 우체국은 오후가 깊어질수록 묘한 고요를 품습니다. 대기표 종이가 손끝에서 가볍게 찢겨 나가고, 전광판의 숫자가 한 칸씩 넘어갈 때마다 누군가의

일일 명상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오후

늦은 오후, 동네 이발소 유리문을 조심스레 밀자 미지근한 비누 향과 낮게 흐르는 라디오 사연이 반겨 주었습니다. 거울 앞 의자들은 가지런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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